먼 옛날 남해의 얼을 담다, 왕후박나무
먼 옛날 남해의 얼을 담다, 왕후박나무
먼 옛날 남해의 얼을 담다, 왕후박나무
하얀 개나리의 등장? 행복을 기원하는 흰 꽃, 미선나무
나무도 휴식하는 계절인 겨울. 잎이 다 떨어진 나무의 황량한 모습에 마음이 쓸쓸해진 적이 있으셨나요?
나무들에게도 내년을 준비할 시간은 주어야겠지만, 가끔은 푸른 잎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요.
이런 우리의 마음을 아는 걸까요? 언제나 푸르른 모습으로 남아있는 상록수들이 존재하지요.
여러 상록수 중 오늘은 남해에 있는 한 유명한 나무를 소개하려 해요. 암암리에 이름이 불리더니, 어느새 해시태그까지 생긴 나무인데요.
이제는 남해군에 가면 가 볼 만한 명소, 아니, 볼 만한 식물로 이야기되는 친구. 리멤버 미 스토리의 다섯 번째 주인공, 왕후박나무를 소개할게요.
후박나무의 돌연변이
왕후박나무는 후박나무의 돌연변이에요.
다른 후박나무들보다 더 넓은 잎을 가지고 있어 넓은잎후박나무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돌연변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 나무가 아직 별개의 종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아래 사진처럼 잎 크기가 약간 차이 나는 것 외에는 왕후박나무와 후박나무의 식생이 거의 같기 때문이죠.
왕후박나무는
녹나무과의 상록교목으로, 4계절 내내 푸르른 나무입니다. 그 키 또한 매우 큰데요.
서식지의 상황이 맞는다면 무려 20m까지도 자랄 수 있다고 해요!
5, 6월에 녹색 꽃이 피고, 그 이듬해의 7월에 검게 익은 열매가 달려요. 이렇게 익은 열매는
여러 새의 먹이가 되는데, 이중엔 멸종위기 종에 속하는 새들도 있어요.. 후박나무의 수가 줄어들면 이러한 멸종위기 새들 역시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후박나무는 아직 멸종 위기종은 아니지만, 지구온난화가 심화됨에 따라 조금씩 위험해지기 시작했어요.
따라서 IUCN에서는 약관심종(LC)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왕후박나무의 경우 변종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그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있어요.
고목에 담긴 남해의 역사
조금은 의문이 드시는 분도 있을 거예요. 별개의 종도 아닌데, 왕후박나무가 왜 이렇게 유명하다는 걸까요?
그렇게 된 이유는 남해 창선도에 위치한 왕후박나무의 역할이 큽니다.
왕후박나무를 검색하면 바로 창선도가 나올 정도로, 창선도의 왕후박나무는 매우 유명해요!
사진을 보니 엄청난 크기죠? 무려 500년이 넘게 살아와 쉽사리 범접할 수 없는 크기는 이 나무를 유명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는데요.
거기다가 이순신 장군과 연관이 있다는 점은 그 유명세를 더욱 키웠죠.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중 창선도에 들렸을 때, 병사들과 함께 쉬어간 나무가 이 왕후박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매우 큰 크기의 나무인 만큼 수많은 병사가 쉬어갈 그늘이 만들어진 것이죠.
이러한 역사 외에도, 창선도의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신성하게 여겨 매년 마을의 평안과 성공적인 고기잡이를 위한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해요.
오랜 세월 동안 남해의 역사와 함께 자라온 만큼, 창선도 왕후박나무는 생물학적으로는 물론 민속적이나
문화적으로도 보존 가치가 높은데요. 실제로 문화재청에서 이 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답니다.
통상 천연기념물이 문화재청이 아닌 산림청에서 진행하는 걸 감안하였을 때, 이러한 여러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증거로 보아도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