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함께 하는 삶 생명력을 다지는 시간
식물과 함께 하는 삶 생명력을 다지는 시간
식물과 함께 하는 삶 생명력을 다지는 시간
‘뿐또블루’라는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하며 큐레이팅, 전시 기획,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기숙사 생활을 했던 고등학교 때부터 식물을 가까이 두는 삶을 꿈꿔온 그는 식물의 생명력이 주는 힘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문화예술계에서 건강한 비즈니스가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뿐또블루’라는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하며 다양한 장르의 작가님들을 소개하고 알리고 있고요.
또 이렇게 인연 맺은 아티스트를 기업이나 단체, 기관과 연결시켜주는 에이전시 일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전시기획, 큐레이팅, 아트교육 등을 예술 전반에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죠.
어려서부터 예술을 좋아했는데요, 직접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요.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님들의 성실함을 가까이에서
보고는 감히 제가 할 수 없는 영역의 일이구나를 깨닫고는,
제가 좋아하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일을 합쳐 지금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했어요.
기숙사는 내 공간이지만, 내 공간이기만 한 곳은 아니에요.
자그마한 다육이를 키우거나 꽃병에 꽃을 꽂아놓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식물을 가까이 두려고 했지만 식물을 키울 수는 없었어요.
제게 허락된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으니까요. 그마저도 너무 빨리 시드는 게 보여서 나뭇가지를 꽂아두는 걸로 바뀌었고요.
그러다가 제 공간이 생기면서는, 식물을 기르기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잘 길렀던 건 아니고요.
선인장이나 다육이 같은 잘 죽지 않는 식물들도 잘 죽여서 드라이플라워만 고집했었는데 그게 풍수지리학적으로 좋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한동안 꽃 구독도 해봤는데 결국 꽃들도 죽잖아요. 죽어가는 걸 보고 있으려니 가슴이 아팠어요.
시든 꽃을 처리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어요. 식물을 잘 키울 수 있는 때를 기다렸죠.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도 했고요. 여기는 뭐랄까, 식물 키우기에 좋은 환경이에요.
큰 창이 있어서 환기도 쉽고, 햇빛도 잘 들고요. 이제 나만 잘 하면 되겠다 싶었던 거죠.
저희 어머니가 식물을 잘 키우세요. 어머니께서 권해주신 게 몇 가지가 있어서 들여놓았는데 그 중에서도 많이 죽고 야자나무나 큰
선인장 같은 강인한 아이들만 살아남았어요.
큰 식물들이 키우기가 어렵다는데 저는 오히려 큰 식물들을 키우는 게 쉽더라고요. 아마 자기에게 맞는 짝이란 게 있나봐요.
전 원래 도시를 사랑하는 사람인데요, 도시에 재미있는 게 이렇게나 많은데
사람들이 왜 산에 가고, 바다에 가는지 이해하지 못 했어요.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미처 깨닫지 못 했던 거죠.
그러다 문득,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게 됐어요. 하늘도 잘 안 보고 살았는데 어느날 하늘이 너무너무 예쁜 거예요.
해가 뜰 때도, 해가 질 때도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이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이제는 작품을 볼 때도 소재나 형태 등 어떤 식이든 자연적인 요소가 있는 것들을 좋아해요.
사실 제가 코로나로 심하게 아팠거든요. 입원도 오래 했었고 회복하는 데만 1년이 걸렸어요.
죽음에 가까워지는 경험을 했다고나 할까. 그때 식물을 키우면서 힘을 많이 얻었어요.
죽어가는 화분에 물을 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살아나잖아요. 다시 생생하게 자라나는 식물들을 보면서 나도 다시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지금 이렇게 씩씩하게 일하며, 지내고 있고요.
투명한 화분에 보이는 물이 줄어드는 걸 보면 이상하게 힘이 나요.
처음 스밈 화분을 소개받았을 때 몇 주씩 물을 안 줘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편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편하지는 않았어요. 물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이니까
식물에게 물주는 걸 소홀히 할 수가 없더라고요(웃음). 저는 밤낮 없이 일할 때가 많은데,
그래서 식물에 신경 쓰기란 쉽지 않거든요. 저를 믿지 못해서 식물마다 물주는 주기가 다른데 그 주기에 맞춰 알람도 여러 개 맞춰놨어요.
스밈화분에만 물을 주는 스밈데이도 있고요. 그런데 물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이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물 마실 때마다 한 잔씩 주게 되더라고요.
물을 주면서 늘 생각해요. 정말 살아있구나, 하고요. 새 잎이 나거나 이파리가 시들 때처럼 가끔 느꼈던 식물을 생명력을,
투명한 화분에 보이는 물이 줄어드는 걸 보면서 매번 느끼는 거죠. 그걸 보면 이상하게 힘이 나요.
작은 화분 속에서 열심히 물을 빨아들이며 살아가는 식물들처럼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친구들을 보살피는 것처럼 나도 잘 보살펴야겠다고 다짐하게도 되고요.
식물이 없을 때는 작품이나 포스터 같은 걸로 집 안의 생동감을 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생명이라곤 나밖에 없는, 거기에서 오는 적막함을 비주얼로 해소해보려고 했던 건데 작품도,
포스터도 살아있는 건 아니잖아요. 여전히 작품이나 포스터들이 집안 곳곳에 걸려 있지만,
저는 식물만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밤에 일하고 집에 오면 한참을 제가 키우는 식물들을 보곤 해요.
그림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매료되죠. 살아있는 생명체가 내 공간에 함께 한다는 것,
그 생명체가 주는 생동감, 푸릇푸릇함은 모두가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식물을 키우다가 죽일 수도 있어요.
그 애도의 경험도 저는 소중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스밈이 있다면,
그 빈도는 조금은 줄어들 수도 있고요. 식물이 내 공간에 있는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