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돌보며 나도 돌보는 삶, 식집사의 컬러 플랜테리어
식물을 돌보며 나도 돌보는 삶, 식집사의 컬러 플랜테리어
식물을 돌보며 나도 돌보는 삶, 식집사의 컬러 플랜테리어
안녕하세요! 회사에서는 웹 화면을 기획하고, 집에서는 방을 기획하며 일상을 기록하는 유주입니다.
소소한 취미로 시작한 식물 키우기가 어느새 제 일상의 큰 부분을 차지하면서 요즘은 식집사 생활을 만끽하고 있어요.
어느 때보다 내 생각의 변화에 귀기울이고 그런 변화를 기록하려 노력하는 요즘이에요.
1년 전 쯤에 이직을 했는데, 큰 변화를 겪어서인지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그려가는 미래를 잘 따라가고 있는지, 그 과정이 나에게 너무 부담되지는 않는지,
혹시 다른 것들을 해보고 싶은 것은 아닌지 등등 살면서 스스로의 생각에 이렇게 귀기울인건 처음인 것 같아요.
방이 넓지 않아서, 다양한 색감의 가구가 모여 있으면 복잡하고 더 좁아보이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높이가 비슷한 가구들, 톤이 비슷한 가구들처럼 공통집합으로 배치하려는 편이예요. 그러니까 훨씬 정돈되어 보이는 것 같아요.
하지만 너무 깔끔하고 평범하면 금방 질려하는 성격이라, 노멀한 베이스에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고 있어요.
네추럴 우드와 화이트 베이스의 큰 가구들 위에 다양한 컬러의 소품들을 배치해서 그림 그리는 느낌으로 인테리어하는거죠
예전에는 혹시나 망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작은 소품 하나도 우드나 화이트만 샀었는데, 지금은 정말 다양한 컬러가 제 방에 공존한답니다.
최근에는 형광빛이 감도는 피쉬본 화분을 선물받았는데, 수납장 위에서 좋은 포인트가 되어주어서 요즘에는 그 공간에 꽂혀있어요.
저는 꼭 멍때리는 명상의 시간을 가지는데
이 때 가장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이 식물이에요.
불안과 고민으로 가득한 상태에서는 머리 비우기가 정말 어렵죠. 명상하면서 호흡에 집중하기 등 방법은 많지만 제게는 잘 통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식물을 보고 있으면 생각이 비워져요. 식물을 돌보고 있지만 동시에 저를 돌보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원래는 스투키도 말려죽이는 저주받은 손과 귀찮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선물주신 분들한테 죄송했던 적이 몇번인지 모른답니다.
그러다 코로나 시기에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방에서 집중할 수 있는 다른 취미가 필요해 식물을 키우게 되었어요. 불안을 해소하고 잊을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던 거죠.
한 번은 식물을 돌보는 시간에 생각이 정돈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웃기지만 깍지벌레를 하나하나 떼어내고 잡다가 그런 경험을 했답니다.
단순노동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한 생명을 살려내려 애쓰는 순간이 제게는 굉장히 새롭고 좋은 의미로 충격적이었어요.
그 때의 느낌이 좋아서 식물을 꾸준히 좋아하고 키우게 된 것 같아요.
모두 예쁘고 소중하지만 그 중에서도 마오리 소포라는 가장 애정이 가는 식물이에요.
하필 내 돈으로 처음 키우는 식물을 비교적 까다로운 식물로 선택해버렸지 뭐예요? 어느날 유리 협탁 위에 끈적한 점액 방울이 있는거예요.
처음에는 내가 뭘 흘렸나 했는데 글쎄 깍지벌레의 습격을 받은거였더라고요. 그걸 알고 손전등으로 비춰가며 깍지벌레를 하나하나 잡았던걸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답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 여름이었을까요? 분명 통풍을 잘 시켜준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응애의 습격을 받은 적도 있었어요.
비오킬 샤워에 2주 동안 베란다에서 자가격리를 시키고 나니 다행히 벌레가 없어지더라고요. 지금은 날마다 새 잎을 팡팡 내주는 아주 건강한 친구로 잘 자라고 있답니다.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웃자란 잎 가지치기를 해주는데, 아니 이렇게 빨리 자라도 되는건가 싶을 정도로 잘 자라요. 기특하다 기특해!
특히 내 공간에 있는 내 식물들을 가꾸는 것이다 보니, 나 자신을 돌아보고 돌보는 느낌이 들어요.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키울 수 있는 위치를 찾아서 자리를 내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자리를 잘 잡아주면, 식물이 내 공간의 일부로 흡수되면서 삶의 일부로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