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진정한 벗이 되려면 뿌리부터 이해해야 한다
나무의 진정한 벗이 되려면 뿌리부터 이해해야 한다
나무의 진정한 벗이 되려면 뿌리부터 이해해야 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림 없이 굳건히 서서 풍성한 꽃과 열매를 선사한다.
나무와 인간이 진정한 벗이 되려면, 우리는 그 뿌리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뿌리부터 이해하는 나무 사랑
봄,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계절. 나무시장에서 사람들은 다들 크고 가지가 많은 잘생긴 나무를 찾는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그 웅장한 상체에 앞서 반드시 뿌리를 확인한다. 강하게 살아가는 나무는 튼튼한 뿌리를 가졌기 때문이다.
잔뿌리가 얼마나 존재하는지는 곧 나무의 생명력을 좌지우지하는 요소다.
필자는 25년 동안 노거수회 활동을 통해 포항 지역에서 400여 그루의 노거수를 조사했다.
그중 절반이 넘는 나무가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었는데, 불행히도 그 피해는 대부분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우리가 진정 나무의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면, 뿌리에 대한 기본 상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나무의 뿌리는 생명을 호흡한다
사람들은 흔히 나무가 기공을 통해서만 숨을 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체가 피부에서도 산소를 흡수하듯이 나무 또한 뿌리와 줄기를 통해 호흡한다.
문제는 대기에는 산소가 충분하지만 지표 아래로 들어갈수록 산소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점이다. 땅속 50cm만 들어가도 뿌리가 숨을 쉬기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은 특히 사람들이 자주 움직이는 공간, 예를 들어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처럼 땅이 단단히 다져진 곳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심지어 돌이나 흙을 뿌리 위에 두껍게 덮은 사례도 많다. 이런 환경에서 나무는 결국 고사하고 만다.
대표적인 예로 속리산 정이품송의 경우, 두껍게 덮인 흙으로 인해 수형이 훼손된 것이 관찰되었다.
따라서 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가볍게 낙엽이나 우드 칩 등을 덮는 것이 바람직하다.
뿌리는 깊이보다 넓게 자리 잡는다
뿌리는 대개 우리가 예상하는 것처럼 땅 깊숙이 내려가지 않는다. 덩어리진 바위나 자갈도 피하지만 채소와 비슷하게 영양분이 많은 지표면 가까이에 머문다.
흙 위에 쌓인 낙엽, 마른 풀, 나뭇가지 등 유기 토양만으로 충분히 뿌리 활동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식물은 미생물과의 공생을 통해 자라난다. 송이버섯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사실 송이버섯은 소나무와 공존하며 함께 성장한다. 미생물도 산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뿌리가 산소 부족 지역으로 깊게 파고들 기회는 더욱 어렵게 된다.
뿌리는 멀리까지 확장된다
종종 우리는 보호수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를 만나게 된다.
이런 나무 주변에는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지만, 대부분 그 범위가 가지 끝, 혹은 가지 끝보다 좁은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한 연구에 따르면 50년생 화백의 뿌리는 가지 끝보다 다섯 배 정도 더 멀리 퍼진다.
가지 끝보다 최소 세 배는 떨어진 공간까지 울타리를 설치해야만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셈이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1,300살 느티나무에서 알 수 있듯 오래된 나무를 보존하려면 뿌리를 제대로 지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도 핵심적인 관리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