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함께하는 행복한 일상

부슬비 내리는 시애틀에서 만난 비타민 D 광합성 하우스

부슬비 내리는 시애틀에서 만난 비타민 D 광합성 하우스

부슬비 내리는 시애틀에서 만난 비타민 D 광합성 하우스

부모님과 사는 집에 담은 취향 방에서 시작하는 플랜테리어

다행히 남편과 저 둘 다 재택근무라 짬짬이 그동안 못 했던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특히 일 때문에 밤과 주말에만 볼 수 있었던 반려동물들(남편 포함)과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어서 행복해요.

집은 제게 휴식처와 같은 곳이에요. 어린 시절 아버지의 도박중독 때문에 이사를 참 많이 다녀야 했어요.

그래서 어른이 되면 결혼보다도 항상 맘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집, 나만의 공간을 갖기를 간절히 꿈꿔왔었지요.

저희 집은 시애틀 다운타운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데, 시애틀의 상징인 스페이스 니들 뷰와 도시에서는 흔치 않은 큰 마당이 매력적인 집이에요.

그리고 큰 창문 덕분에 온종일 햇볕이 들어와 비타민D가 부족한 시애틀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기도 하지요.

나이가 들수록 자기만의 색깔이 확실해진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여기까지 오는데 딱 이년 반이 걸렸지만요. 남편은 죽어도 원목 가구, 회색&남색만 고집, 전 정반대

밀레니얼 세대의 식물 사랑

어느 나라에나 꽃과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있겠지만, 요즘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특히 반려식물에 대한 사랑이 대단한 것 같아요.

지난 3년간 미국의 식물 판매량이 50% 증가했고, 작년 한 해 동안 미국인이 식물에

쓴 총액이 52조 원인데 소비자 중 1/4이 18~34세의 밀레니얼 세대였다고 하니까요.

저 역시 도시에서 자랐지만 방학 때마다 할머니 댁에 가서 농사를 도왔어요.

그때 밭에서 딴 싱싱한 나물로 만든 반찬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어려운 집안 형편에 부모님 두 분 다 일을 밤늦게까지 하셔서 식물을 키울 여유가 없었는데

미국에 와서 정원을 가꾸며 식물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죠. 잡초가 무성히 자라던 풀밭을 없애고

잉글리시 가든을 만들었는데, 매일 정원에서 꺾은 꽃으로 집안 곳곳을 꾸미니 자연의 싱그러움이 느껴지며 힐링이 되더라고요.

요즘 많은 분들이 인류를 위협하는 환경파괴와 학자금 대출로 늦어지는 결혼과 임신

외로움 등으로 힘든 마음을 반려식물을 통해 위로받는 것처럼, 볕이 가장 따뜻한 저희 집 거실에 앉아 있으면 온실에 온 것처럼 파릇파릇한 기분이 들어요.

요즘처럼 강제 집콕을 하다보면 우울증이 올 법도 한데 거실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반려식물과 교감을 나누다 보면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식물은 순수해서 원하는 게 많지 않거든요.”

욕심을 버리고 식물들이 뭘 원하나 존중해 주세요. 식물은 순수해서 원하는 게 많지 않거든요.

빛, 물, 흙이 다인데 식물마다 원하는 양과 종류가 다르답니다.

예를 들면, 빛이 제일 적게 드는 TV 룸과 부엌은 반그늘에서 자랄 수 있는 아이들로만 꾸미는 식이죠.

느리지만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요.

요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죠.

제가 기르는 식물 대부분은 문제가 있거나 동네 분들이 더 이상 키울 수 없어 오게 된 아이들인데 지난 2년 동안 다들 참 많이 건강해졌어요.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사랑과 정성 그리고 노력을 다하면 회복하거나 견뎌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시애틀은 졸업 후 작은 촌마을에서 일하며 인종차별에 시달리던 제가 선택한 곳이었어요.

그냥 아시아인이 많은, 인종차별이 덜한, 한국 음식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었는데 벌써 16년이 지났네요.

많은 분들이 비가 자주 오는 날씨 때문에 힘들어하시지만 전 시애틀 특유의 부슬비도 회색 하늘도 좋아요.

빗소리 들으면서 좌욕을 하면 하루의 피로가 확 풀리니까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가족이 주는 소소한 행복을 즐기다 보니, 바쁜 일상에 쫓겨 하지 못했던 일들이 하고 싶어지는 요즘이에요.

카운슬링은 20년 해봤으니 기회가 된다면 창의적인 일을 하며 살아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