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어진 거 아녜요 휘어진 나무에 대하여
삐뚤어진 거 아녜요 휘어진 나무에 대하여
삐뚤어진 거 아녜요 휘어진 나무에 대하여
휘어진 나무를 본 적 있나요?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도시에 살고 있다면, 휘어진 나무를 보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도시조경에서는 대부분 수형이 곧고 규격화된 나무를 사용하거든요.
조경에서는 나무가 규격에 맞게 잘 자랐는지에 따라 나무의 가격과 상품성이 결정돼요.
하지만 우리 생긴 모습이 다 다르듯이, 나무의 세계에서도 늘 곧고 쭉 뻗은 나무만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오늘은 휘어진 나무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해요.
나무가 휘는 이유: 굴광성(屈光性, phototropism)
나무가 이산화탄소와 물과 빛으로부터 양분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은 잘 알고 계실 거예요.
빛은 나무에게 반드시 필요한 ‘밥'(본 글에서는 식량 전체를 의미)이기 때문에,
나무는 어떻게든 밥을 많이 먹고 많이 크기 위해 노력하는데요,
그러니 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는 쪽으로 자랄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것을 빛을 향해 자라는 성질, 바로 굴광성이라 한답니다.
그렇다면, 빛을 고르게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는 어떨까요?
굳이 굽어 자랄 필요가 없으니 곧게 자라겠지요?
실내의 반려나무는 실내 등을 향해 자라요.
집이나 사무실 등 실내에서 키우는 반려나무는 대부분 실내 등을 향해 자란답니다.
나무가 자꾸 한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면, 다른 쪽 방향도 빛을 볼 수 있도록 화분의 방향을 반대로 돌려주세요.
그리고 하루, 이틀, 기다리다 보면 귀엽게도 굽었던 등이 매일매일 펴지는 걸 관찰할 수 있어요!
단, 나무가 크다면, 변하는 모습을 시시각각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으니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 주세요.
여기, 휘어진 나무의 세계도 있어요. 폴란드에는 크쥐비 라스(Krzywy Las,비뚤어진 숲)
라고 하는 휘어진 나무 400그루가 사는 신비의 숲이 있습니다.
이 나무들은 모두 1930년대에 독일에서 심었는데, 나무가 왜 휘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마녀의 마술,
지각이동설, 폭설, 특수 목재 이용, 나치의 표식 등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한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휘어진 나무가 수백 그루가 어우러진 숲의 전체 경관이 매우 신비로워
이제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는 것이에요.
또 이곳의 주민들은 이 숲이 행복을 가져다주고, 질병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고 믿고 있답니다.
일반 목재로는 사용할 수 없는 이 나무들의 특성을 이용해,
야생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야생동물 보호 숲으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참 슬기롭지 않나요?
산 속의 석자나무 풍상 겪은 그 모습 화분에 옮겼더니 또 한번 기특하네
고려 말 재상 전녹생의 영분송(詠盆松) 中
주목나무를 아름답게 분재한 작품
옛 선조들은, 산속 풍경과 정취를 화분에 옮겨 담기 위해 분재를 즐겼는데요,
여러 가지 도구와 기술을 이용해 나무에 일부러 굴곡을 주어 나무에 자연스러운 운치를 담았지요.
작은 화분 안에 산야의 모습을 담기 위하여 곡선미와 공간미 등을 가미해 나무를 가꾸어 감으로써,
자연과 사람이 공감대를 이루며 살아가고자 했답니다.
우리도 타고난 성격과 살아온 환경에 의해 각기 다른 외모와 성품을 가지고 살아가지요.
주변에 나와 좀 다른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만이 가진 매력과 정취를 이해하려는 데서 삶은 더 풍성해집니다.
만약 내 반려나무가 휘어서 자란다면, 세상에서 하나뿐인 그 모양에서 특유의 분위기와 살아온 삶을 읽어주세요.
그렇게 반려나무와 대화하는 기쁨은 다른 일에서 느끼는 기쁨과는 또 다르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