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가 실용적이지 않은 식물을 키우는 법
목수가 실용적이지 않은 식물을 키우는 법
목수가 실용적이지 않은 식물을 키우는 법
각종 기계와 도구, 큰 원목과 합판 등의 재료, 넓은 작업대 등 잘 정돈되어 있지만 이안 씨의 작업실은 복잡하다.
이런 공간에 작업과 관계 없는 걸 두는 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안 씨는 크고 작은 화분들을 작업실에 둔다.
이유는 하나, 식물이 있는 것이 좋아서다. 단지 좋아서 들여놓은 식물들이 죽을 때마다 미안했다던 이안 씨.
그 미안함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단다.
안녕하세요 저는 목공 작업을 하는 이안입니다. 가구나 조형물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조소를 전공했는데 학교를 다닐 때 주로 나무를 활용해 작업을 했어요.
작품 외에 실용적인 걸 만들고 싶어서 가구를 제작하게 됐고, 이제는 가구를 만드는 게 주업이 되었습니다.
원목이나 합판 같은 큰 재료뿐 아니라 크고 작은 기계와 각종 기구로 작업실이 복잡할 텐데 작업실에서 식물을 키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작업실을 독립한 지 1년 반 정도 됐는데,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이 나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었어요.
저에게 나무는 다른 소재들과 달리 따뜻한 느낌을 주는 소재예요.
그런 나무를 주재료로 작업하는 곳이니 작업실을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으로 꾸미는 게 당연했어요.
작업실이 문래동 공장 지대에 있어서 더더욱 그랬고요. 어둡고 거칠고 삭막한
느낌의 골목을 지나 제 작업실에 들어오면 분위기가 반전이 되면서 환기가 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죠.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을 떠올렸을 때, 식물이 제일 먼저 생각났어요.
제 곁에 두는 물건으로는 나무가 가장 친한데 나무도, 식물도 자연에서 오는 존재이고 둘이 비슷하잖아요.
나무가 많은 이 공간에 식물이 있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거죠.
스밈화분은 제가 만든 가구들과 결을 같이해요.
기능에 충실하고 의미 없는 디테일이 없는게 특징이죠.
스밈화분을 키우게 된 계기가 있다면
사실 식물을 키우려고 시도는 많이 했어요. 작업실을 여니까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로 화분도 많이 받았고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제가 관리를 잘 못 해서 몇 차례 죽였어요.
작업에 집중하다보면 물주는 일도 놓칠 때가 많았거든요. 사실 제 작업실에 식물이 없어도 돼요.
쓸모라고 하면 그렇지만, 필요가 없거든요. 근데 굳이 화분을 들여놓는 거거든요.
제가 좋아서. 굳이 들여놓은 거면, 잘 키워야 하는데 제가 잘 못 키우고 자꾸 죽이니까 아쉽고 미안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