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주는 뭉클한 에너지 베란다에 꾸민 나만의 비밀정원
식물이 주는 뭉클한 에너지 베란다에 꾸민 나만의 비밀정원
식물이 주는 뭉클한 에너지 베란다에 꾸민 나만의 비밀정원
식물의 우아한 템포를 따라 내향 부부의 포근한 보금자리
요즘 날씨가 꽤 쌀쌀해져서 베란다 가드닝에 신경 쓰고 있어요.
몇몇 화분들은 가을 분갈이를 해주었고요.
낮에는 햇살이 깊고 따뜻해서 해 좋아하는 열대 식물들은 가능한 베란다에
두었다가 저녁에는 거실로 들여놓는 조금은 수고스러운 일도 감수하고 있답니다.
오전에는 그림책 작업을 하고요, 최근에는 등산도 시작했어요.
아파트의 작은 베란다이지만 계절감을 듬뿍 느낄 수 있지요.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식탁인 것 같아요. 책도 보고 식물 검색도 하고, 맥주나 와인도 한잔하면서 식사도 하고요.
그리고 당연히 베란다를 좋아해요.
가을이 되니 식물의 색감도 달라지고 공간의 빛과 공기도 여름과는 차이가 크게 납니다.
아파트의 작은 베란다이지만 계절감을 듬뿍 느낄 수 있지요.
해가 맑게 비치는 날에는 미러볼에 반사된 작은 빛들이 베란다 벽과 거실 책장에 반짝이며 스며드는데, 그걸 보고 있자면 마음이 좀 편안해져요.
긴 여행과 맞바꾼 식물과의 삶
미모가 터지는 식물의 리즈시절엔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집니다.
어느덧 이렇게 되어버렸다고 해야 할까요.
예쁜 식물들, 재미있는 사연을 가진 식물을 하나둘 들이다 보니 조금 많아진 것 같아요.
타샤 튜더의 책을 보고 나서 처음 식물을 키우게 되었지요.
그전에도 몇 개의 화분이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구근식물도 심어보고 장미나 관엽식물을 키우며 여기까지 왔답니다.
처음에는 남편이 썩 좋아하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흙도 좀 떨어지고 지나다니는데 불편할 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남편도 꽤 좋아하는 눈치랍니다.
집을 오래 비워둘 수 없기 때문에 긴 여행은 무리라는 게 조금 힘들긴 해요.
그나마 겨울에는 시간을 벌 수 있지만 그것도 일주일이 한계인 듯하고, 더운 여름엔 1박도 어렵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거의 근교로 나들이 가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어요.
딱히 애정이 많이 가는 식물을 꼽기는 어렵네요. 어떤 식물이든 키우다 보면 미모가 팡팡 터지는
리즈시절이 오는데, 그땐 정말 어떤 식물이고 간에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집니다.
일상에 매몰되어있는 나를 환기시켜 줘요.
식물을 가까이 하다 보면 바쁜 일상의 틈에 살짝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새잎이 돋아난 걸 가까이서 살펴보기도 하고 꽃이 피면 경탄하기도 하고요, 어떤 환경을 좋아하는지 검색하고 아침 일찍 물을 주고.
이런 시간들이 일상에, 또는 일에 매몰되어있는 나를 환기시켜주는 것 같아요.
식물이 주는 에너지가 있다고 할까요. 담담하게 화분에 담겨서 한 계절씩 살아내는 초록이들이
문득 대견하고 뭉클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가는 감각이나 기다림을 더 가까이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자기만의 속도로 내 얘기가 담긴 그림책을 쓰면서 밥은 천천히 먹고,
아침마다 날씨를 확인하고 식물을 매일매일 들여다보고 남편과 긴 산책을 자주 할 수 있는 삶이면 좋겠습니다.